아티스트들이 들려주는 작곡의 비밀 "건반 위의 하이에나"

음원 순위를 자주 보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추석 연휴에 아주 인상적인 프로그램이 하나 방영되었습니다. 바로 KBS에서 방영된 건반 위의 하이에나입니다. 아티스트 4명의 작곡 과정을 보여주고 완성된 음악도 함께 들려주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프로그램입니다. 
방송 후 프로그램 속 아티스트의 노래들은 바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도 평소에 궁금했던 아티스트의 작곡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겠지만, 작곡에 관심이 있거나 현재 작곡을 하는 분에게도 유익한 점이 많아 자세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프로그램에는 4명의 아티스트가 등장합니다. 바로 4명의 아티스트의 선정이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시의성과 다양성을 모두 잡은 섭외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에서는 데뷔 연도로 조금은 예능적으로 각각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정재형과 윤종신은 오랜 음악가의 경력만큼이나 예능프로그램 경험이 풍부하여 전체적인 프로그램 진행에도 좋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레이와 후이는 최근 제일 트랜디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현재 가요계의 아티스트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연륜이 있는 아티스트와 비교적 신예 아티스트를 조화하면서 예능과 음악의 균형도 잘 맞고 화제성 또한 챙겨간 모습입니다.

아티스트별로 그들의 작곡 방식을 분석하고 어떤 점이 도움이 될지 특징을 짚어보겠습니다

정재형

피아노를 연주하며 작곡하였습니다. 이번 신곡은 일부러 고전적인 방식으로 작업하기 위해 컴퓨터가 아닌 연필과 오선 노트를 사용해서 작곡하였습니다. 이 작업 방식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작곡의 화성과 멜로디에 무게 실기 좋습니다. 특히 연필로 음을 하나하나 노트에 적어가며 피아노로 연주하다 보면 그 어떤 방식보다도 멜로디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발라드는 다른 음악 장르보다 멜로디와 가사가 중요합니다. 발라드를 작곡하시는 분은 이 작곡 방식을 시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모든 작곡가가 자신의 방식으로 슬럼프를 극복하거나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재형은 그 방법이 바로 서핑이었습니다. 작업 중 영감을 얻기 위해 멀리 양양까지 가서 서핑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작곡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고 서핑은 육체적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자연스럽게 한쪽에 몰려있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좁아졌던 시선을 돌리는 데도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 또한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영감을 얻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레이

그레이는 작곡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전부 혼자서 작업하였습니다. 제일 이상적인 방식이고 제일 빠른 방식이지만, 제일 어려운 방식이기도 합니다. 작곡, 편곡, 연주, 믹싱, 마스터링까지 모든 영역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지식과 기술을 쌓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작업 기간도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르게 이렇게 작업하는 아티스트가 늘어가는 추세기에 최근 작곡의 패러다임을 제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레이의 영감을 위한 방법은 바로 영상이었습니다. 트렌디한 음악을 하는 그레이의 경우, 감각적인 영상을 보면서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나 소리를 떠올리는 것이 적합해 보였습니다.

그레이의 작업방식 중 제일 인상적이면서 중요해 보였던 것이 바로 향초였습니다. 향초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레이는 항상 작업을 시작하기 전 향초를 켭니다자동차가 운전하기 위해 예열이 필요하듯이 아티스트도 작업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향초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는 다소 불규칙 할 수 있는 창작 생활을 조금이나마 규칙적으로 만들어 주는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시간도 일정하게 한다면 좀 더 효율적인 작업 습관이 되겠죠.

윤종신

윤종신의 작업 방식은 그간 예능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졌었습니다. 유희열, 조정치 등 음악 지식과 연주 능력이 뛰어난 편곡자(음악노예)와 함께 작업합니다. 그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작업을 눈으로 직접 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가사, 멜로디, 편곡의 방향은 윤종신이 담당하고 실질적 편곡과 연주는 편곡자와 연주자에게 일임합니다. 

과거보다 대중음악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기술을 필요하게 되면서 이단옆차기, 그루비룸과 같이 팀으로 활동하는 작곡팀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면 혼자 작곡할 때 보다 곡의 완성도, 속도 등 다양한 면에서 좋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잘 맞는 파트너를 찾는 것도, 작곡이라는 예술을 같이 하는 것도 쉽지 않는 현실입니다. 윤종신은 철저한 역할 분배(윤종신:주도적 역할, 강화성 작곡:보조해주는 역할)를 통해 곡을 작업했습니다.월간 윤종신은 이와 같이 잘 짜여진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가능합니다. 공동 작업을 하시고 싶은 분에게 참고가 될 좋은 예입니다.

윤종신은 영화를 통해 곡과 가사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가사의 서사가 중요한 발라드와 서사 구조가 뚜렷한 영화라는 매체는 분명 서로 영감을 주기 좋은 궁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이
후이는 4명의 아티스트 중 제일 알려지지 않는 아티스트로서 최근 워너원의 곡을 작곡하면서 프로그램에 합류되었습니다.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 경력이 매우 짧기에 특별하게 주목할 만 한 점은 없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이 작곡을 이제 시작하신 분과 비슷하게 볼 수 있어 다른 면으로 제일 도움이 많이 되는 아티스트입니다. 후이의 작업방식으로 다른 분들에 비해 많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윤종신과 그레이의 중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작사, 작곡, 그리고 초기 부분의 편곡까지 직접 작업하고 편곡자와 함께 좀 더 꼼꼼한 편곡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방송에는 다른 편곡자와 작업하는 장면이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곡 크레딧에 공동 작곡자가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후이는 영감에 도움 되는 장치로 사진을 사용하였습니다. 사진을 통해 자신이 곡에 담고 싶은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고 소소한 아이디어도 얻었습니다.

작곡의 전문적인 기술이나 창작에 필요한 영감을 얻는 방법은 책,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이 자세히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아티스트의 작업 방식을 예능프로그램 보듯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 예능이 지금까지 보여준 면은 음악의 자극적이거나 감성적인 부분만을 강조 혹은 나열하여 다소 지루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작업과정을 예능적 편집과 부담 없는 구성으로 재밌게 만들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해보세요! 이 프로그램이 작곡의 영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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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소한 음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