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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피크닉 사울레이터 전시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후기

by cojimagazine 2022.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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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지독히도 길었다. 유독 이번 겨울이 춥다고 느껴졌던 건 아마도 사람과의 온기를 나눌 시간이 적어서였을까? 더위를 많이 타는 탓에 겨울을 여름보다 조금 더 좋아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한 커피 한잔의 온기, 눈 쌓인 거리 위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은 겨울을 좋아하게 된 장면들이다.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극도로 제한되면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실내에서 겨울을 보냈지만 그 어느 겨울보다 추웠다. 영화로나마 그 겨울의 정취를 느끼고자 겨울 영화 몇 편을 즐겼고 그중 하나가 캐롤이다.  용화 캐롤의 근간이 되었다는 사울 레이터 전시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한 겨울 날씨에 보고 싶었지만 날씨가 푸근해진 3월 초 봄에 본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피크닉 사울 레이터 전시 티켓

 

수학의 정석이 아닌 사진의 정석

전시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나도 이렇게 사진을 잘 찍고 싶다."이다. 잘 짜여진 구도, 아름다운 색감, 그리고 사진을 통해 그가 건네는 메시지. 요즘은 모두가 사진을 잘 찍고 싶어 한다. 개인의 순간을 담던 기록물에서 SNS를 통해 사진은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확대되었다. 항상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은 그 어느 때보다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작은 크기, 좋은 렌즈, 무한에 가까운 저장공간. 무한해진 가능성과 성능과는 다르게 사진에선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그 아쉬움의 원인이 아마도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 여전히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여 그 순간이 이야기가 된다. 그의 사진은 그만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선명함과 모호함 사이

사진은 렌즈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것을 담아낸다. 선명함은 사진이 가진 특징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다. 사진이 기록으로 여겨지던 시절엔 그 선명함이 사진의 제 1원칙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울 레이터는 그 선명함의 시대에 모호함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다. 사진이라는 도구를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선명함과 모호함의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듯한 느낌을 준다. 창문을 통해 찍은 그의 대표 사진들이 이러한 선명함과 모호함의 사이에 있다.

이 선명함과 모호함을 가진 사울레이터의 사진이 유독 눈에 띄는 건 날로 복잡해지는 요즘 사회때문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불안함을 줄이기 위해 사람은 선명한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그 선명함은 자칫 촌스럽게 비칠 수 있다. 그래서 선명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걸 사람들은 원한다. 사울 레이터 사진은 관객에서 그런 미묘한 경계를 보여준다. 

피크닉 사울 레이터 전시 음악 진수영

사울 레이터와의 무언의 짧은 대화

제목은 요즘 시대 제일 중요한 장치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목으로 콘텐츠를 판단한다. 유튜브는 제목을 어떻게 짓냐에 따라 콘텐츠에 성패가 갈린다. 글이나 책도 또한 제목을 통해 독자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많은 예술에서는 제목 역할이 크지 않았다. 제목을 통해 관객이 작품을 해석하는데 있어 제한을 두고 싶지 않은 작가의 의도가 제일 큰 이유였을 것이다. 복잡하고 혼란한 사회속 모호함이 가득 담긴 요즘 예술은 단어로 작품의 정의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언제부턴가 관람에 제목은 중요한 대상이 아니었다.

사울 레이터는 제목을 통해 관객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의도를 알아채기 어려운 그림에는 제목으로 관객에게 힌트를 준다. 대화가 반복하다 보면 그의 사진을 더 깊숙이 감상하게 된다. 그가 나에게 이야기해주기 전에 그의 사진에서 그를 찾기 위해 말이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춥게 느껴졌다. 얼른 봄이 왔으면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그렇게 겨울이 끝나고 봄 내음이 느껴질 무렵 본 이 전시에서 사뭇 떠나가는 겨울의 옷 자락를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었던 겨울 한가운데서 종종 느꼈던 포근함이 느껴져서였을까? 5월까지 전시가 연장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들 곧 사라져 버릴 겨울에 대한 그리움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가오는 봄의 따스함도 좋지만, 조금 답답했던 올 겨울의 마무리를 사울 레이터 전시와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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