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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 어떻게 들으세요?

by cojimagazine 2016.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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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LP의 부활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완전히 사장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LP가 과거의 명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주목받는 매체로 성장했습니다. 약간 어리둥절할 수 있는 이 현상에 대해서 많은 사람은 여러 가지 자기 생각을 덧붙여 분석하였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의 회귀 혹은 고음질에 대한 갈망 등 여러 가지 추측과 이야기들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선명하게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한두 가지로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LP의 성장은 스트리밍의 시대를 맞이하여 한없이 떨어지고 있는 음악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는 흐름으로 특히 많은 음악가와 업계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또 다른 잊혀진 매체였던 카세트테이프가 LP의 뒤를 이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외국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그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험적인 흐름에 항상 선도적이었던 인디씬에서 주목받았을 만 작품들이 나왔고 메이저라고 분류하기엔 다소 모호하지만 그래도 메이저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는 레이블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전자의 예로는 밤신사-실화를 바탕으로, 불사조-2집이고 후자의 예로는 타블로가 이끄는 하이그라운드의 소속 프로듀서 코드쿤스트-parachute입니다.





LP의 부활에 제기되었던 다양한 근거들은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았습니다. LP처럼 카세트 테이프는 음질이 뛰어나지도 않습니다. LP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 크기에서 오는 특별함 또한 카세트테이프에서 볼 수 없습니다. 같은 아날로그 매체라는 점빼고는 LP와 전혀 다른 이 매체의 재등장으로 다시금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해석이 엊갈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하나가 아닌 두 가지 사례가 발생하면서 좀 더 다른 시각의 해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LP와 카세트테이프가 음악을 담는 매체로서가 아닌 그 자체의 물질적 성질이 상품성을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 이 두 매체는 음악을 담는 매체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 역할을 하고 있고 과거 두 매체에 비해 훨씬 기술적으로 훌륭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LP와 카세트테이프는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동됩니다. 두 매체를 구동하기 위해서 별도의 플레이어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를 구매하고 그 플레이어에 매체를 연결하여 구동하고 그 매체가 가지는 특유의 오디오적 성격까지 즐기는 것이 하나의 경험적 즐거움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거기에 과거에 이러한 매체를 이용했던 사람에게는 추억의 보정 효과 그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분이 더해지겠죠.


제가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 음악 시디를 모으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간 지인 집에 진열된 비디오 게임들을 보고 난 후 느낀 감상 때문입니다. 저작권 개념이 부족했던 학창시절에 게임이라고 하면 불법복제 시디를 구매하거나 게임잡지 부록으로 구매했습니다. 그것을 비싼 돈을 주고 사는 것은 머릿속에 아예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열된 게임을 보고 저는 그것을 멋있다고 인식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음악 시디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컬렉팅이 주는 매력에 빠진 부분도 있지만, 그 일련의 과정이 좋았기 때문이죠. 앨범을 주문하고 시디 표지를 보면서 음악을 순서대로 들어오는 경험이 말이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은 스마트폰을 열고 클릭하면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LP와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별난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또 그것을 하나의 유행으로 인식하고 곧 사라질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전 세계 음식의 웬만한 음식을 돈만 지불하면 먹을수 있는 현시점에서 요리방송을 보고 직접 노동을 들인 음식을 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같이 음악도 조금은 품이 드는 방식일지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LP와 카세트테이프의 선전은 당분간 쭉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음악가로 참으로 감사하고도 기쁜 일입니다. 많은 분이 이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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